KO
여섯 달이 지나니까
모델이 거두어진 금요일의 기록, 그리고 기록이 결국 간직하는 사람의 손에 있어야 한다는 깨달음입니다.
분열의 시작, 양극화의 시작, 그리고 전혀 다른 세계관이 갈라져 나온 금요일이었다. 오늘 오후 다섯 시쯤이었나. 며칠간 작업하던 세션들을 금요일을 기점으로 정리하고 있었다. 더 어렵고 긴 주제들로, 대신 개수는 줄여서, 주말 내내 모바일로 온라인 세션을 쓸 수 있게. 터미널 앞에서 열 개 남짓한 세션을 순차적으로 정리하면서, 사무실도 함께 정리했다. 곧 휴가로 몇 주 비우게 될 자리였다. 이젠 일상이 되어 버린 agents들의 모바일 안내도 간간이 하면서.
절반쯤 정리하던 중, refactoring을 하던 세션에서 오류가 났다. 모델이 사라졌다고. “뭐지?” 20일까지 정액요금제 한도 안에서, 출시와 동시에 Max로 갈아타고 토큰을 80% 넘게 소비하며 재정비를 하던 중이었다. 올해가 가면 정액제가 사라질 것 같았는데, 그게 여섯 달이나 앞당겨지고 있었다. 올해 안에 터질 것 같던 권력의 비대칭이, 이미 일어나고 있었다. 검색해 보니, 사용 중지였다.
며칠간 열 개가 넘는 세션을 거의 한계까지 풀로 돌리면서 든 생각은 이랬다. 아, 이제 이것들이, 평균적인 엔지니어를 훌쩍 뛰어넘는 경험과 지식을 가진 사람이 엄청난 시간을 들여야 겨우 정리할 수 있는 데이터를, 대신 정리해 주는구나….
주변 사람들은 여러 그룹으로 나뉜다. 직업이니, 권력이니, 국가 안보니. 맞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여전히 바뀌지 않는다.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Opus로 돌아갔다. 아마도 없던 프로세스에서 길을 찾는 일이라 그런지, 딱히 달라진 건 없게 느껴진다. 그래도 마음이 무겁다. 살아남기 위해, 더 나은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하루를 보내지만, 내 삶을 돌아보면 그렇게 성공적이지는 못했다. 내가 없었더라면, 그랬더라면, 그 심연의 문제들을 찾아내 해결하지 못했더라도, 어차피 아무도 모르고 지나갔을 일들이었다고.
그 기나긴 다른 여정들을, 이젠 에이전트들과 함께 시작하고 있다. 하루하루가 무겁다. 가끔은 석사 때, 박사 때의 그 무거웠던 하루들이 그립기도 하다. 권력은 더 강해지고, 양극화는 극한으로 치닫겠지. 기술의 정점에 선 지역에서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렇다고 해도, 한곳에 머무는 데서 오는 상쾌함은 찾을 수 없다.
한 주 휴가를 가기 전에 찾아와 인사를 건네는 동료가 곁에 있음에 감사하다. Max 요금제를 감당하느라 감내해야 할 것들이 있지만, 그래도 그렇게 할 수 있음에, 살 수 있음에 감사한다.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이제 가지 못한 길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여섯 달이 지나니까….
Jeong Han Lee, Dr.rer.nat.가 Claude Opus 4.8과 함께 씀 — 2026-06-12, Albany, CA (space time).